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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5 치앙마이에 다녀왔다.여행인가 2023. 2. 6. 00:17
태국 치앙마이에 다녀왔다.
저번주 토요일에 출발해서 이번주 토요일에 돌아왔으니, 일정으로는 8일이 소요되었고 실제 여행은 약 6일정도. 국내 여행도 제주도 정도나 가야 4~5일을 사용하고, 해외여행도 퇴사하고 떠난 뉴질랜드 여행이 아니고서야 4박 5일정도에 그쳤으니 사실 꽤나 긴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나름 큰 프로젝트인데... 사실 가기 전까지 굉장히 바빴고 해외 여행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감각이 잊혀진 상태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멍청비용도 좀 치뤘고 미리 알아볼걸...하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는거지. 근데 뭐 이것도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고, 그래도 훌륭하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정말로.
세세한 여행 후기는 사진을 정리하면서 다시 기록해보겠지만, 인상적인 지점들을 몇가지 뽑아보자면.
1. 보리수, 보리수, 보리수.
치앙마이에서 가장 인상깊게 경험한것 중 하나는 보리수였다. 석가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바로 그 보리수. 보리수는 여러 사원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보리수에서 '보리'는 '불교에서 수행 결과 얻어지는 깨달음의 지혜 또는 그 지혜를 얻기 위한 수도 과정을 이르는 말'라고 한다. 이름 자체에서 느껴지는 고결함 같은 것이 있다. 심지어 이름의 뜻을 뒷받침하기 좋은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굵은 나무 줄기 가닥가닥이 하나로 합쳐져서 위로 솟아오른 형상이 이렇게 표현하면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신경망, 연선 같단 생각도 든다. 그렇게 두꺼운 줄기가 점점 모여 둘레를 키워간다. 끊임없이 거대해지고 있는 모양새가 나에게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절대적 진리나 세계의 정수를 상징하는 느낌.
그래서 내가 치앙마이를, 또 그들의 사원의 정체성을 구성한다면 보리수의 이미지를 꼭 가져갔을거란 생각도 들었는데 이게 이곳 사람들에겐 그렇게 유별난 특징은 아닌가보다. 뭐 보리수 자석, 엽서, 티셔츠, 뭐가 됐든 이 기억을 상기시킬만한 기념품이 하나쯤은 있겠지 했는데 없더라. 왜... 왜...!!
애시당초 기억을 물질에 대입시키고, 그걸 손에 얻어야지만 기억이 영속될거라 믿는 내 태도가 문제였겠지 뭐. 아쉬운대로 사진이라도 인화해서 간직해보련다.
2. 사람들
그 다음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사람들. 사람들이 친절하고, 귀엽고?, 선해보인다. 일본의 서비스 정신에서 오는 고도의 친절함과는 결이 다른데, 그냥 사람들 표정이나 말에서 타인에 대한 최대한의 선의가 느껴진다. 이게 종교적 정신(국민 대부분이 불교 신자)에서 온다는 의견도 보긴 했다. 여기 오래 지내면, 저런 분위기에 감화될 수 있을까? 란 생각도 들었다. 아 그래, 어떤 의미로는 부러웠다. 사람 꼬아서 보지 말아야지, 손해본다고 생각하지 말아야지, 친절해야지, 그게 내가 가장 마음 편해지는 길이다 생각을 계속 해도 내 태도가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더라. 일을 하는 나는 항상 어딘가에 화가 나 있고, 손익을 따지고 있고 또 거기에서 스스로 자괴감도 받는 편인데 적어도 내면 자체가 너그러워지진 못해도 보여지기라도 저들처럼 보여진다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로서는 사실 항상 경계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정도도 심한 편이고. 그러다보니 몇몇 지점에선 내가 저들을 의심하는게 약간 미안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오해했구나, 내가 왜곡했구나, 이런 생각이 몇번 났었지.
3. 그럼에도 여유없는 나
나는 천성이 여유로운 사람이 아니다. 조급하고 신경질적인 것에 가깝다.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는 가진게 빈약해서 그렇다고 늘 자책해보기는 하는데...아무튼. 항상 뭔가를 하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라, 여행을 다녀도 가만히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멍때리거나 하는 경우도 잘 없다. 한때는 스스로 이렇게 조급한게 싫어서 억지로라도 아무것도 안하는 여행을 추진해보기도 했는데 영 취향은 아니다. (그리고 주변에 여유로움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함께 다니다 보면 강제로라도 멍~한 스케줄을 따라서 실천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서 일상의 밸런스가 얼추 맞춰진다. 내가 나서서까지 더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치앙마이 스케줄도 참 촘촘했다. 보고싶은 것, 먹고싶은 것이 많으니 시간을 최대한 잘게 써야지. 그러다보니 오히려 서울에 있을때보다 수면 시간이 적다든지... 하루에 만오천보 이하로 걸어본 적이 없다든지. 생각보다 하드코어했다. 결국 마지막 날엔 ㅇㅎ의 컨디션이 좋지 않기도 했고. 나도 중간중간 마사지로 퇴마를 하지 않았더라면 신체 기관이 파업을 선언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느긋하게 숙소를 즐겨볼걸, 느지막히 일어나 볼걸, 하는 아쉬움이 좀 들기도 했다. 다음 여행때 고려해봐야지.
우선 생각나는 여행 소감은 이정도.
나머지는 사진과 함께 정리하면서 천천히...업로드를...해야하는데... 언제쯤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