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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9 군위 여행여행인가 2022. 8. 13. 00:32
4월에 떠난 여행을 왜 지금와서 쓰냐면..
나는 올해 4월에 그간의 야근+사택감금생활에 대한 보상으로 일주일짜리 휴가를 냈다. 평소때라면 해외여행을 갔겠지만 코시국에 여의치도 않았고, 마침 ㅈㅇ의 추천으로 군위에 있는 사유원의 디너 코스를 덜컥 예약해둔 참이라 일주일짜리 국내 여행을 기획하게 되었다.
군위가 어디인가? 대중교통 접근성 최악의 동네, 대구에서도 차로 40분~1시간은 가야 나오는 동네. 그렇다고 사유원만을 위해 가기엔 이렇다할 관광지가 없는 동네.(군위한테 악감정은 없음)
결국 4월 19일 군위 사유원 방문을 중심으로 인근의 도시들을 더해 4박 5일짜리 여행 코스를 완성했다.
월요일에 청주에서 출발해 구미 ▶ 군위 ▶ 영천(잠만잠) ▶ 포항 ▶ 다시 청주로 돌아오는 코스. (이 뒤에 청주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 언니와 주말을 보냈지만 일단 그건 논외로 치고)
이때쯤엔 블로그에 이런 여행기를 남길 계획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구미에서 보낸 시간이 잊혀질 것이 걱정되었는지 4월 18일의 내가 졸린 눈을 꿈뻑여가며 여행기를 썼더라고.220418 구미 여행
잊기 전에 그냥 나열해보는 기억들. 청주에서 언니차 끌고 구미로 향했다. 대충 한시간 반. 월요일이라 그런가 고속도로에 공사차량/물류차량/암튼 기타 등등 대형차 너무 많아서 혼란했음...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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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포스팅은 대략 구미 이후의 여행에 대한 포스팅이라고 보면 된다.
시간이 좀 지나 세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개인 기록용으로 정리해보자.
구미에서 호텔 조식을 야무지게 먹고 군위로 향했다. 한시간 정도 소요되었던 것 같다. 사실 이 날의 가장 큰 목적은 어디까지나 '사유원 관람 및 디너코스'였기 때문에 앞뒤로 여타 일정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안썼는데, 그래도 기왕 군위까지 간 김에 뭐라도 보긴 보는게 좋을 것 같아 서치를 했었다.
그 때 리틀포레스트 촬영지를 발견했다. 내가 즐겁게 감상한 몇 안되는 국내 영화중 한 편. 리틀포레스트 개봉 당시 나는 여전히 야근에 시달리고 있을 때였고, 그 때 겨우 짬을 내 퇴근 후 집 앞 영화관에 부랴부랴 가서 이 영화를 혼자서 봤던 기억이 있다. 유독 그 날의 기억이 선명한 이유는 매일같이 야근하는 삶 자체도 바빴고, 영화 보겠다고 퇴근하고 헐레벌떡 온거라 밥도 못먹고 정신도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화가 시작되면서 심박수가 차분해지고 숨을 천천히 고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영화관에서 보낸 그 찰나의 시간 만큼은 숨통이 확 트이는 기분이였다. 그 기억이 유독 좋았다.
그래서, 정말로 여행지에서 잘 안하는 짓. 바로 '촬영지 찾아가기'를 감행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데 이땐 약간 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영화[리틀포레스트]촬영지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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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 너무 따뜻하고 좋은 곳이었다. 평일 아침이라 그런가, 관람객도 나 혼자였다.
동네 자체가 워낙에 조용하고 지나가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영화 촬영지가 아니었어도 가만히 숨만 쉬기 좋은 곳이었을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출발한 터라 시간이 좀 남아 화본역 구경도 갔다.네이버 지도
화본역 중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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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본역 재밌는 곳이다. 어짜피 이 일대에서 밥을 먹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선 우선 화본역 주차장에 주차를 하게 되어있다. 갈 생각이 없어도 들릴법한 곳이다.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이란 타이틀이나 뭐 기타 등등 지역에서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 같던데, 내가 화본역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작고 아담한 규모나 포토제닉한 모습이 아니라 '운행중인 기차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내가 선로를 구경하는 동안에도 벨이 울리더니 빠른 속도로 기차가 들어왔다. 기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선로에 멀뚱멀뚱 서 있는 나를 보면 제법 요상할거란 생각도 들었다. 선로 뒤편에 솟아있는 급수탑도 꼭 유령(귀신 말고 유령)이라도 나올법한 모습으로 우뚝하니 서 있다. 찬찬히 그 모습을 따라 걸으면서 지나간 시간을 곱씹어볼 수 있을만한 장소다.
화본역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려고 인근을 살폈다. 애시당초 가게가 몇 개 없기도 한데, 이 날은 원래 가려고 했던 화본국수와 더불어 대부분 가게들이 장사를 안하더라! 왜지!
그냥 문 열린 곳 아무데나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거의 유일하게 장사를 했던 인근 중국집에 사람이 넘쳐났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철가방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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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슬쩍 보기에도 중화비빔밥이 제일 맛있는 메뉴같았는데, 이 날 내 앞에서 밥이 똑 떨어졌단다. 그렇다고 흔한 메뉴 먹기는 싫고, 날도 더워서 냉짬뽕 먹었다. 결론은 굿초이스. 맵고 달고 자극적인 모든것을 다 때려부은 맛이다. 짬뽕 양념인데 이제 베이스에 냉면 육수를 더한...? 소주와 함께 했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텐데 운전중이라 그건 불가능했고.
류준열 싸인이 있어서 한컷 찍어봄.
이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도 사유원 예약까지 시간이 좀 남아 사유원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카페 몽몽마방.몽몽마방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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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엔 일본으로 팔려나가려다 다행히 국내에 남게된 모과나무가 있다고 한다. 그 의미를 살려 모과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카페다. 명성대로 모과 에이드가 맛있었다. 가게도 '모과'를 컨셉으로 곳곳에 노란색 그림과 가구, 소품 등을 배치했는데 마침 내 일기장과 퍽 잘어울렸다.
몽몽마방은 밖에서 보는 뷰가 참 멋지다.
창평저수지와 팔공산 자락이 펼쳐진다.
이 날 날이 맑고 더워 윤슬이 제법 반짝반짝 했던 기억이 있는데 막상 사진으로 보니 제대로 담진 못한 모양.
몽몽마방에서 어느정도 쉬다가 사유원으로 향했다.
사유원은 사진도 많고 할 말도 많으므로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정리할 예정. (글을 언제 쓸진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