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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동해 여행여행인가 2022. 8. 10. 13:02
Day 1.
늘 집단적 독백을 일삼는 단톡방 '김가네'의 구성원은 나를 포함해 김씨 성을 가진 사람 넷으로, 우린 매년 여름과 겨울쯤에 한번씩 여행을 떠난다. 작년 겨울에는 구성원 ㅅㅇ이 사는 세종시에서 1박을, 또 작년 여름엔 구성원 ㅇㅁ의 할머니댁인 고흥 외나로도에서 휴가를 보냈다. 대학교 졸업 후 각기 하는 일도 다르고 사는 지역도 달라 매번 세~네달 전에 스케줄을 잡아두고 절대 변동 없이 이행하는 편이다.
그리하여 올해 여름 여행지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동해시로 결정되었고,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우린 원스텝 투스텝 숙소도 잡고 교통편도 예약했더랬지...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진.
당장 출발을 사흘 앞둔 화요일에 동부고속에서 저런 문자가 날라왔다. 나와 ㅇㅁ가 예약한 버스가 전면 캔슬이란다. 부랴부랴 강릉이나 속초로 들어가서 동해로 이동하는 방법, 경기도에서 출발하는 방법, 기타 등등을 물색해봤지만 이미 동부고속이 꽉 잡고 있는 강원도쪽 버스 대부분이 캔슬상태였고 기차는 옛저녁에 매진이었다. 저녁 먹으려다 말고 날벼락을 맞았다. (그 시간 ㅇㅁ언니는 야근중이었다!)
결국 구성원 중 의정부에서 자차로 출발 예정이였던 ㅈㅇ에게 SOS를 쳤다. 의정부~동해 사이에 있는 경기도 어드매에서 토요일 아침에 일찍 만날까, 그냥 전날 서울에서 출발할까 이것저것 따져본 결과 금요일에 퇴근하고 출발하기로 결정되었다. 금요일에 잠만 잘 숙소도 후다닥 예약했다.
말이 하루 일찍 가는거지, 짐을 하루 더 일찍 싸야함 + 짐 캐리어를 사무실까지 들고와야함 + 금요일 저녁에 운동 못가니까 아침 여섯시에라도 다녀와야 함 콜라보였다. 이때쯤 ㅈㅇ은 ㅈㅇ대로 여행을 위해서 개인적으로 하고있는 프로젝트를 최대한 땡겨서 마무리 해야했고, 나는 나대로 정신없었다. ㅇㅁ는 이 주에 야근러쉬가 몰아쳤고 금요일 저녁에도 야근 후 우리와 합류했다. 그러니까 우리는...대충 지친 고라니 상태로 강원도로 향했다.
우릴 강원도로 이끌기 위해 모셔온 ㅈㅇ의 뽀짝한 레이 옆에 번쩍번쩍한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듣기로는 가수 ㅇㅅㅊ씨의 차란다. 부담..부담스러워요.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달려서 12시 넘어 강릉에 도착했다. 숙소는 급한대로 게스트하우스로.
게스트하우스 뮤 : 네이버
방문자리뷰 161 · 블로그리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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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서 숙소 사진도 딱히 없고... 워낙에 잠만자서 별 기억이 없다.
불편한거라면 이 나이 먹고 너무 간만에 써본 7인실의 불편함,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한칸씩밖에 없어서 아침에 기다려야 하는 것, 침대에 미등이 따로 없어서 핸드폰 플래쉬에 의존에 떠듬떠듬 이동해야 하는 것, 뭐 기타 등등 많긴 한데 모든건 가격 대비 성능 아닌가. 정말 진짜로 잠만 자고 나와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도 누군가 간다면 추천하진 않는다. 강릉엔 좋은 게스트 하우스가 많으므로.)
Day 2.
체크아웃 후 근처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었다. 맥모닝은 딱히 엄청 특별한 음식은 아닌데 또 여행갈때 아니면 먹을 일이 없어서 기회가 생기면 종종 먹는 편이다. 그렇게 말해도 안먹은지 삼,사년은 되었던 것 같다. 간만에 먹는 핫케이크와 해시브라운이 맛있었다.
맥도날드 강릉점 : 네이버
방문자리뷰 3,270 · 블로그리뷰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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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여기 바닥 미끄럽다.
세종에서 차를 끌고 올라오는 ㅅㅇ과는 점심 먹기로 한 동해의 식당에서 열두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그 전에 강릉 아르떼 뮤지엄을 짧게 답사 겸 다녀오려고 했으나... 휴가철+주말+입소문 콜라보로 오픈 전부터 주차장까지 입장객 줄이 늘어져 있었다. 보자마자 차 돌리자고 얘기했다. 아르떼는 나중에 회사서 가든 뭐 어떤 식으로든 가게 되어있으니까...
결국 원래 일정대로 동해로 이동하던 중 바다가 보고싶었고, 또 운전자가 졸려해서 쏠비치 호텔 1층 카페를 잠시 들렸다. 호텔 카페가 그렇듯 커피는 비싸고 뷰는 좋고.
적당히 늘어져있다가 식당으로 다시 이동. 드디어 점심을 먹게 되는데...!!
담다 : 네이버
방문자리뷰 179 · 블로그리뷰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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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솥밥 4인 먹었다.
반찬이 좀 식은 것 빼면 맛도 있고 밥에 곤드레도 많이 들어가서 좋았는데 문제는 가게 운영이 너무 미숙했다. 제대로 자리 안내도 못받고 기다리긴 또 한참 기다리고... 굶겨서 뭘 먹어도 맛있어지도록 유도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었음. 근데 최근에 느끼는 바로는 여기 말고도 대체적으로 어느 식당이든 제대로된 서빙 인력이 부족해 보인다. 20대 젊은 남자 홀직원의 미숙하디 미숙한 대처를 여기서만 겪어본게 아니라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여행하러 와서 기분 잡칠것도 없잖는가.
밥을 먹었으니 빵을 먹자는 의견에 따라 근처 빵집을 찾아서 이동
동해당 : 네이버
방문자리뷰 142 · 블로그리뷰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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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맛있었다! 가게 인테리어도 좋고 커피도 저렴해서 좋았음.
빵 먹고 나니까 딱 체크인 시간 되어서 호텔로 이동했다. 예전엔 항상 밖에서 놀거 다 놀고 저녁에서야 호텔에 체크인 했는데, 요샌 체크인 시간부터 들어가서 한 타임 쉬어줘야 한다 다들.
호텔은 동해 오션시티 레지던스 호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레지던스 오피스텔을 호텔로 이용하는거라 오피스텔처럼 부엌 가전과 세탁기 등이 고스란히 갖춰져 있다. 평소에 여름 휴가철(7말8초)에 어딜 가본 적이 없던지라 숙소가 이렇게 빨리 다 찰 줄 모르고 막판에 허둥지둥 구한 숙소인데 생각보다 좋았다!
오션시티레지던스호텔 : 네이버
방문자리뷰 213 · 블로그리뷰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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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저렴했고 룸 깨끗했고 직원분들 친절하셨고 !결정적으로! 체크아웃 후에 옷장에 셔츠 하나를 두고 왔다는걸 알아챘는데 연락드렸더니 바로 확인해서 서울로 택배까지 보내주셨다. 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나에게 숙소 이미지는 천사나 다름없음. 불편했던건 엘베가 느리고 좁아서 타이밍 잘 맞춰서 타야하는 것 정도.
창문으로 보이는 바다 조와
숙소에서 좀 쉬다가 앞의 한섬해수욕장에 발이라도 담그러 갈 생각이였지만 막상 나가니까 비가 쏟아졌다. 그냥 이마트만 들려서 다시 숙소로 복귀.
저녁메뉴는 바닷가까지 왔지만 배달로 해결! 배떡이랑 푸라닭 시켰다.
그리고 여행 숙소 가면 늘 하던대로 TV와 아이패드 연결해서 음악도 듣고 유튜브도 보고
내 억지로 세븐틴 비더썬 콘서트 영상도 봄.
콘서트 영상과 함께 카탄 판이 벌어졌다.
약 6~7년전 졸준위 엠티때 누가 카탄을 가져와서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게 게임 자체를 사려면 가격도 있고 일단 인원이 좀 모여야 플레이가 가능하니까 쉽게 다시 해보질 못했었다. 그런데 보드게임 대여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이 뇌리를 빠르게 스쳐갔지. 이 날을 위해 약 삼 주 전부터 보드게임 업체에 대여 신청을 해두었었다.
[보드게임 대여] 카탄 : 보드게임빌리지
[보드게임 대여] 카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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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는 보드게임빌리지. 배송 정확하고 게임 오브제들도 다 깨끗하게 지퍼백에 넣어 보내주셔서 너무 좋았다.
벗 내가 게임 룰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서 첫판이 재밌긴 하나 약간 의뭉스러운 구석을 남긴 채 끝이 났고, 두 번째 판에서 이제 게임을 파악했으니 우리 맘대로 배치를 좀 바꿔보자! 하고 시도한게 크나큰 실수임을 깨닫게 되었지. 게임의 매커니즘에 속한 모든 요소들은 그렇게 구성된 이유가 분명히 있을텐데 그걸 간과하는 바람에 두번째 판이 좀 루즈해졌다. 결국 중간에 드롭하고 새로운 판으로 시작했는데 이 쯤부터 다들 졸려서 오기로 게임을 하고있었음. 누구 하나 빨리 걍 우승해라...싶은 마음으로.
어릴땐 여행가서도 두시, 세시까지 수다 떨고 놀았던 것 같은데 언제 또 이렇게 낡고 지친 어른으로 장성하셔서 이제 한 시만 넘어가도 졸려서 헤드뱅잉한다. 씁쓸함을 느끼고 잠들었다.
Day 3.
원래대로라면 묵호항의 매운탕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도째비...? 아무튼 그런 곳에서 대왕 미끄럼틀을 계획이였으나, 미리 알아봐두었던 부흥횟집은 사람이 너무 많았고 근처에 주차할만한 곳도 별로 없었다. 늘 그렇듯 이 구성원은 인파가 많은 환경에 처해지면 급속도로 기가 빨려 그냥 뭐든 대충 보이는대로 하자/먹자 상태에 이른다. 이 날도 그냥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옥상조개구이&홍게무한리필 : 네이버
방문자리뷰 80 · 블로그리뷰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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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녁에 조개구이집으로 장사를 하는 것 같던데 우린 적당히 점심메뉴에 있는 홍게라면, 육회비빔밥, 바지락 칼국수 시켰다.
홍게라면은 맛이 없을래야 없을수가 없고 라면도 진짬뽕이였던 것 같다. 훌륭했음. 육회비빔밥도 의외로 밥에 작은 꼬막인지 바지락인지 함께 비벼져 있어서 맛있었다. 바지락 칼국수는 바지락은 안보이고 그 외 문어같은 해물 잔뜩. 너무 익혀서 면이 흐물거리는거 빼면 이것도 맛있었음.
건물 옥상에 전망대도 만들어놨길래 구경. 생각보다 뷰 좋다.
밥먹고 나와서 주변도 좀 걷고 바다도 보고. 동해 물 깨끗하고 파래서 탁 트인 기분을 주더라.
이 때 바다를 보면서 그래도 바다까지 왔는데 발은 담가봐야하지 않겠냔 의견들이 튀어나왔고 그럼 근처 해수욕장 가서 발만 좀 담그자 하고 옷 갈아입으니까 또 비가 쏟아졌다. 누가 우리 물에 들어가는걸 방해라도 하듯이.
그래서 일단 가기로 했던 카페로 피신갔다.
현상소 : 네이버
방문자리뷰 212 · 블로그리뷰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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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현상소.
여기 너무 예쁘다. 정원이 잘 가꿔져 있고, 또 어두운 벽돌로 쌓아올려진 카페 건물도 잘 어울린다. 내부 인테리어도 멋지지만 아무래도 밖의 정원뷰가 좋아서 날씨만 맞다면 테라스를 이용하는게 제일 베스트인듯.
이 날 비가 오긴 오는데 그 덕분인지 그렇게 덥지는 않아서 우리는 테라스에 자리했다. 비가 거세게 오면서 쳐들어오는 비도 좀 맞긴 했는데 이런게 관념적 여름이지~의 정취에 취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커피랑 케이크 제법 괜찮았다. 가격이야 뭐 관광지 물가.
카페에서 꽤 장시간 인생을 논하며 떠들다가 비가 대충 잦아졌길래 바다에 발 담글 마지막 찬스구나! 하고 근처 해수욕장으로 이동.
어달해수욕장 : 네이버
방문자리뷰 34 · 블로그리뷰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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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달해수욕장. 이름이 독특하다. 인근 펜션과 거리가 가깝고 놀기 좋아 가족단위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무튼 몸은 못담가도 발도 담그고
이러다 또 비가 쏟아져서 우산 상시 착용.
혹은 가오나시.
발 담그면서 걷는데 주변에 튜브 끼고 노는 사람들이 왜그렇게 부러운지.
항상 물놀이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또 몸을 한번 적시기 위해서 준비할것들이 많아서 귀찮아 하는 편인데 다음엔 꼭 물놀이 해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워 보였다. 마침 해수욕장 인근 펜션들이 또 괜찮아 보여서 다음 기회를 노릴 예정. 아, 반드시 휴가철은 피해서!
적당히 바닷 바람 쐬고, 발 씻고 옷도 갈아입으면서 묵호항에서 여행을 종료했다.
강릉에서 다음 날 일정이 있는 ㅅㅇ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파란색 레이를 타고 경기도로 출발.
횡성 휴게소가 항상 음식이 괜찮다.
이 날 5시 30분이 출발해서 중간에 휴게소에서 저녁 먹고, 하남 미사쪽에 떨어졌을때가 저녁 11시였다. 나와 ㅇㅁ는 거기서 택시타고 서울로 들어가고 ㅈㅇ은 의정부로 향했는데 우리 모두 집에 도착했을땐 열두시~열두시 반쯤 되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7말8초에는 어디 움직이는거 아니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집 도착후... 감자를 쪘다.
숙소에 있을 때 유튜브 방송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의 채령 편을 봤는데 그걸 보고나니까 평소에 먹지도 않던 찐 감자가 먹고싶어졌다. 그런데! 마침! 여행 출발하는 날 택배로 받아두었던 어글리어스 채소 품목에 홍감자가 있었다!
몸은 고되도 정신이 깨어있어 바로 잠들기 힘든 편이라 찐감자 먹으면서 영화를 봤나, 유튜브를 봤나... 아무튼 세네시쯤 잠들었다.
여행 후기 요약
- 휴가철에 움직이지 말자.
- 내년엔 어달해수욕장 인근에 펜션을 잡고 물놀이를 하고 싶다.
- 보드게임을 우리 여행의 주요 테마 중 하나로 추가해도 좋을 것 같다.
- 원래 공포영화 기담을 보기로 했는데 유튜브도 보고 게임도 하느라고 바빠서 못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