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728-29 부산 여행여행인가 2023. 10. 1. 22:16
세상에 7월에 다녀온 부산 여행을 아직도 안올렸구나. 아무튼 킵고잉.
이번 부산 여행의 목표는 확실했다. 먹기. 숙소나 다른 경비 줄이고 오로지 먹기. 먹는게 최고야.
첫 식사는 국밥집에서 시작한다. 남천동에 있는 남천정.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남천정 : 네이버
방문자리뷰 134 · 블로그리뷰 143
m.place.naver.com
오픈한지 얼마 안된 깔끔한 인테리어.
돼지 국밥, 돼지 트러플 바질 면, 부추 돼지 찜.
곰탕은 돼지 국밥보다는 엄청 맑고 깔끔한 맛. 고기가 촉촉해서 맛있었다. 트러플 바질 면은 한입 먹으면 트러플 향과 바질향이 용호상박을 이루는 강렬한 맛이다. 독특하고 맛있었는데, 다소 오일리해서 다 먹어갈 즈음엔 좀 느끼했다. 그래도 맛있음.
저녁에 술먹기 좋을 것 같은 메뉴 조합.
밥 먹고 다음 코스는 광안리 티티티.
사실 이 뒤에 예약해둔 해변열차 시간에 맞추려면 빠듯해서 생략할까 했다가 그냥 잠깐이라도 가보자 해서 들림.
시그니처 메뉴들이 인상적이었다. 티 칵테일도 맛있고.
무엇보다 광안리가 크게 펼쳐지는 뷰와 함께하니 맛이 없을리가 없음... 사람 많고 복잡하면 경험이 반감될 것 같은데 마침 평일이여서 창가쪽 자리에 앉을 수 있었음.
티티티 : 네이버
방문자리뷰 2,605 · 블로그리뷰 259
m.place.naver.com
항상 하는 얘기지만 서울에도 좋고 멋지고 훌륭한 카페 너무 많다. 다만 사람도 너무 많다. 커피 한잔의 여유...가 있을리가 없음. 카페까지 웨이팅해서 가야하는 형국인데.
그래서 대구나 부산 갈 때 마다 훌륭한 카페들을 시끄러움 없이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원래는 조용히 티푸드와 함께 티를 즐겨야 하는 분위기 였지만 바쁜 우리는 순식간에 스페셜티를 조지고 갈 길을 떠난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 미포정거장 : 네이버
방문자리뷰 1,068 · 블로그리뷰 4,682
m.place.naver.com
아, 사람 많았다. 그래도 인파 피해서 잘 다녔다고 생각했는데도 사람 너무 많았다.
열차로 지나가다 본 인상적인 카페. 우호적 무관심. ㅅㅇ과 수많은 인간사를 이야기 하면서 오지랖이 아닌 느슨한 인류애에 대해 논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딱 걸맞는 이름이었다.
부산에 왔는데 해변 산책은 좀 해봐야지
송정해수욕장엔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
날이 맑고 덥다.
카페를 찾는다.
카페벨라비 : 네이버
방문자리뷰 644 · 블로그리뷰 325
m.place.naver.com
시원하고 넓어서 좋았다. 음료랑 디저트도 맛있음.
간만에 만난 우리는 여기서도 한참을 떠들었다.
서른이 지난 우리의 대화 주제는 늘 '세상에나 이런 인간이 있다'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이 주옥같아서 하나 둘 이야기 하다보면 시간이 꽤 흐른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해변 열차를 타고 다시 돌아간다.
올 때는 빨간색 열차, 갈 때는 노란색 열차.
해변열차는.. 열차 자체는 참 좋다. 뷰도 좋고, 몸 편히 바다를 만끽하기엔 이만한 게 없지. 그런데 사람이 많다. 밀폐된 공간에 사람이 많으니 시끌벅적하고, 또 냉방이 영 시원찮았다. 다음에 또 갈 것 같진 않다.
그 다음에 저녁 먹으러 바로 갔었나... 호텔 체크인을 먼저 했었나...는 기억 안나는데
아무튼 저녁식사 메뉴는 '와인과 함께하는 다이닝'으로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고, 캐치테이블로 미리 예약하고 방문했다.
쉐프리 : 네이버
방문자리뷰 162 · 블로그리뷰 481
m.place.naver.com
허허허 저 문어놈이 아주 맛도리임...
문어가 야들야들하고 매쉬드 포테이토랑 너무 잘 어울렸다. 와인은 쇼블 글라스로 한 잔씩 마셨는데 궁합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음.
아, 와인은 좀 비쌌다. 이건 쉐프리 뿐만 아니라 와인 다이닝들 다 공통적으로 와인이 많이 비싸더라. 마트 세일가를 얼마인지 아는 상황에서 도저히 병으로 먹을 엄두는 안나더라. 와인은 나중에 콜키지프리 매장에서 충분히 즐기기로.
치즈가 마음에 들었던 피자.
먹고 나와서 뭔가 아쉬움 + 바다 산책을 하고 싶어서 해운대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산 맥주와 쉐프리 근처 분식집 동그라미에서 포장한 오뎅&떡볶이.
동그라미분식포차 : 네이버
방문자리뷰 270 · 블로그리뷰 77
m.place.naver.com
맛은 있는데 너무...너무 매웠다. 7월의 여름에 밖에서 먹을 매움은 아니었음.
밤의 해운대. 2016년쯤에 출장 차 부산에 왔다가 바닷바람 한번은 쐬어야 하지 않겠냐며 동료분들과 한밤중에 해운대를 왔었다. 그 때랑 지금이랑은 또 느낌이 다르다.
적당히 떠들다가 숙소로 복귀. 날도 더운데 밤바다에서 술&떡볶이&오뎅까지 조지니 거의 땀으로 샤워한 수준이라서 숙소 들어가자마자 일단 씻었다.
일전에 우연하게 마신 곰표 맥주가 은은하게 복숭아 향이 나는게 마음에 들었었는데, 하필 이걸 유행 다 지난 다음에야 진가를 알아버려서 막상 서울서 구하려니 재고가 다 빠졌었다. 그런데 부산에서 마침 발견을 한거지. 안먹을 수 없으니... 숙소 1층 테라스에 자리 깔고 이미 들어간 ㅅㅇ이를 다시 불러내 한 잔 했다. 그리고 이 날 긴 대화의 결론은 이상한 새끼들은 하나만 이상하지 않고 가지가지로 이상하다. 남미새 많다.
아무튼 끝나지 않는 대화를 대충 마무리 하고 새벽에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날이 밝았습니다. 사진에 있는 테이블이 한밤중에 맥주 마시던 그 곳.
이 날 아침에 해운대 산책을 가기로 했었는데 ㅅㅇ이는 장거리 운전으로 좀 더 숙면이 필요할 듯 하여 나만 따로 출발.
아, 해운대의 진가는 아침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름의 햇빛이 부서지고 부지런히 아침 수영을 나온 주민들로 생기 넘치는 오전 6시의 해운대.
부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도시의 매력중 하나가 생명력이었는데, 이 날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생명력이라는 말이 좀... 표현하기 애매하긴 한데, 서울 못지 않게 사람들이 많으면서도 제각기 이 도시에 강하게 뿌리내려 살고 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역동적인 도시다.
아침 식사는 근처 맥날에서 스낵랩 테이크아웃. 아침 바닷 바람과 함께 하는 맥모닝 굿.
두시간 정도 아침을 즐기다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
다음 날 첫 가게는 옵스. 옵스 슈크림이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것 같다. 바닐라빈 콕콕 박힌 크림이 환상적이야.
음료까지 주문하면 옵스에서 같이 운영하는 다이닝 드마히니 테이블을 사용할 수 있다. 아침 식사로 커피와 간단하게 빵을 먹었다.
드마히니에는 다양한 브런치 메뉴들도 팔고 있었는데,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브런치와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가도 부럽다가도, 또 꼭 이럴땐 부모님 생각도 나고.
뭐 그건 그거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 때 원래 뭘 먹기로 했었더라...? 생선구이였나?
아무튼 부산까지 왔으나 난 회를 선호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산물을 생략하기엔 ㅅㅇ이 입장에선 많이 아쉬울 터. 그 와중에 매운탕을 먹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나는 매운탕은 꽤 좋아하거든! 해운대 인근의 매운탕 집을 찾다가 어보의 제철소를 가게 되었다.
어보의 제철소 : 네이버
방문자리뷰 130 · 블로그리뷰 111
m.place.naver.com
원래 반찬 가게로 유명한 것 같던데 맞나...? 아무튼 확실히 반찬이 전부 맛있었다.
매운탕은 국물이 우러나기 전에 퍼주셔서 처음 맛봤을땐 잉...? 했다가 팔팔 끓이니까 과연 맛있어졌음. 횟집의 진득한 매운탕보단 가쓰오부시 국물 스타일로 맑고 깨끗한 편이었다. (물론 진짜로 재료 뭐들어갔는진 모릅니다) 가게가 깔끔하고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음.
먹고 나왔을 즈음. 날씨가 좋았구만.
후식으로 부산 현백 폴바셋에서 초당 옥수수 아이스크림 하나씩 클리어 하고 부산 시립미술관으로 고고.
이 때 기획전으로 소장작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사실 평소 미술관에게 기대하는 전시는 소장작이 아닌 특별기획전이라서.... 소장작에는 큰 흥미는 못느꼈다. 소장작 전시를 할 때는... 일관된 하나의 주제가 납득되는 전시를 구성해줬으면 한다. 연관성 없는 모든 작품 대방출!의 느낌이 아니라...
근데 어짜피 시립미술관 방문 목적은 정해져 있었다.
이우환 공간 관람.
작년에도 부산 시립미술관을 방문했었는데, 그 땐 이우환 공간이 후속 전시 설치중이었어서 관람하지 못했었다. 그게 퍽 아쉬웠어서, 올 해 다시 도전.
부산에 가는 사람들, 또 시립미술관에 가는 사람들에게 이우환 공간을 가장 첫번재로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꼭 도슨트를 들어볼 것.
이우환 작가의 작품은 사실 의도나 배경을 모르고 관람하기엔 다소 불친절하다. 대표작들이 작가의 공예적 노력이 담긴 작품이라기 보단 의도를 가지고 전시 공간에 배치한 것에 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우환 공간의 도슨트 설명이 정말 큰 도움이 될거라 확신한다...!!
몇 년 전에 일본 나오시마의 이우환 미술관을 갔을 때도 작품 자체와 공간에 압도당했었지만 자세한 공감까지는 어려웠는데, 이번 기회로 작품을 더욱 고해상도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도슨트분이 계속 바뀌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날 우리를 인계하신 도슨트분의 설명은 살면서 들었던 모든 도슨트를 통틀어 가장 최고였어.
저 사이를 통과하는 사이 달라진 나를 생각해보는 시간.
뭐든 마무리가 중요하다.
여행의 마지막을 유의미하게 장식하고 부산역으로 돌아간다.
광안대교를 달린다. 날씨가 무지막지하게 덥긴 했는데, 맑아서 보는 재미는 있었다.
부산역 도착쿠~
대선 소주를 못먹어봐서, 부산역 근처 편의점에서 기념품으로 한 병 샀다. 삼진 어묵도 구매.
굿베이 부산!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뎅탕에 대선소주 갈겼다. 대선소주는 생각보단 별로였다... 달고 미끌미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