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08-09 영월 여행
이번 여행은 청량리역에서 시작한다. 대학교 2학년 선배들이 주최한 MT갔을때 이후로는 처음 가보는 청량리역.
심지어 무궁화호도 대학교 졸업한 이후로는 처음 탔다. 아, 그렇지. KTX에 비해 훨씬 넓은 좌석과 넉넉한 간격. 그리고 MT를 가는건지 한창 들떠서 시끌시끌한 청춘들. 허허. 나도 어릴때 저랬나.
운동화 신는다는게 급하게 나온다고 크록스가 되어버린...
영월역 도착~! 이번 여행은 ㅇㅎ가 생일선물로 줬던 캐리백과 함께한다. 곰돌이는 모르겠고 녹색-보라색 조합이 초호기같고 좋음.
영월역에서 ㅅㅇ과 합류해서 바로 밥먹으러 이동.
영월 청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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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싶다는 ㅅㅇ 의견따라 방문한 집. 돌솥밥 생선구이 정식 시켜서 한상 푸짐하게 나왔는데 정작 생선만 찍었네... 네이버 후기가 어째 죄다 협찬/광고글이긴 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음식은 맛있었다. 맛있으면 됐음. 생선은 뭐 당연히 맛있는데 반찬같은게 괜찮았던 기억이.
영월 오는 기차에서부터 팥빙수가 먹고싶었는데, 마침 검색해서 찾아낸 세심다원.
세심다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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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릉 근처에 연못을 끼고 조용하게 자리잡고있다. 한동안 비가 계속 왔었고 서울서 출발할때도 날이 흐렸는데, 이때 즈음엔 아예 날이 완전히개서 뙤약볕이 쏟아졌다.
에어컨 좋아요 빙수 좋아요..
작은 카페라서 좌석도 많지 않아 한적하고 수제 팥으로 만든 빙수도 맛있었다. 다만 날이 덥다보니 슬슬 사람이 몰리기 시작해서 좀 쉬다가 일어남.
깨끗한 하늘.
날이 너무 덥거나 혹은 비가 올 수도 있어 어디 갈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바로 숙소로 들어가자니 아쉬운 마음에 단종 유배지 청령포로 이동.
청령포에 가기 위해선 배로 강을 건너야 한다. 강에 둘러쌓여있고, 한 면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유배하기에는 최적의 지형인 셈.
단종대왕유배지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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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머금은 소나무숲과 고즈넉한 유배지... 말이 요상하긴 하지만 조용하고 좋은 곳이다.
우스개소리로 유배가 아니라 힐링 안식년 아니냐란 이야기를 하긴 했으나 그런 속좋은 이야길 할 곳은 아니지. 아무튼 잘 구경하고 시내로 돌아와 마트 들려서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ㅅㅇ이 예약한 펜션 핑크문. 김삿갓 유원지 근처로 계곡을 끼고 있다.
사장님께서 서울서 사시다 영월에 펜션 두 동을 지으며 내려오셨다고. 지어진지 얼마 안된 건물이여서 깨끗하고 설비도 전부 신식이었다.
핑크문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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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창가 앞 자리가 메인 포토스팟인듯 하여... 짙은 산세와 지는 해를 볼 수 있다. 아침에 커피도 한 잔 하고.
좀 쉬다가 우리는 바베큐를 굽는다...!!
펜션 도착하기 전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었는데 상추나 고추는 직접 농사지은걸 주시겠다고 따로 사진 말라고 하셨었다. 그리고 아주 푸짐한 쌈채소를 받게 되었지... 고추는 좀 남아서 서울 가져가서 집에서도 요긴하게 먹었다.
펜션 바베큐는 사실 스무살 초반에 자주 해봤었고, 나이를 좀 먹으니까 마트에서 장보고 고기 굽고 치우고 하는 것 보다 그냥 밖에서 사먹거나 시켜먹는게 편하다는 걸 알아서 안해먹은지는 좀 되었던... 되었었나? 아무튼. 그래도 간만에 펜션까지 간 김에 고기 구워봤다. 이것도 예전엔 각자 먹는 양 가늠이 잘 안되어서 장 볼때 잔뜩 사서 결국 남기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뭐 딱 먹을만큼만 잘 산다. 이것도 우리가 나이를 먹은거겠지.
영월에서 생산한다는 동강 막걸리와 함께 고기고기
마쉬멜로우 빠질 수 없지. 나는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 하나 맛보는 정도로 먹는 편인데, 같이 간 ㅈㅇ이 이걸 좋아한다.
구워서 바삭해진 부분을 뜯어먹고 또 굽고 또 뜯어먹고 하는 재미가 있다.
고기 먹고 쉬다보니 날이 어두워져서 불멍도 신청했다. 추가금을 내면 펜션 앞 마당에 불을 지펴주신다. 이 날 비가 오락가락 했던 터라 불멍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비가 꽤 그쳐서 불을 피울 수 있었다.
날이 더워도 도시보단 강원도의 밤은 좀 더 선선했고, 불 앞에 있으니 습한 기운도 마르는 것 같아서 좋았다. 영월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포인트.
펜션 사장님께서 빛공해가 적어 별이 잘 보일거라 얘기해주셨었는데, 한밤중이 되자 비구름들이 모두 걷혀 정말로 선명한 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모습. 아이폰 대가리 박아...
북두칠성도 찾았는데, 북극성까지는 못찾았다.
도중에 사장님께서 불 색을 바꿔주는 매직파우더...? 같은걸 주셔서 시도해봤다. 오, 푸른 불꽃이 피어났다. 슬리데린..!!
해리포터에 나오는 플루가루같다.
따땃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도중
아이고 내새꾸 언제 이렇게 반쪽이 되었어~!
유독 이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요상한 선글라스도 그걸 머리 위로 넘겨서 쓴 것도 확 나가버린 초점도 어두운 밤거리도.
아무튼 이래저래 각자 조직의 기기괴괴한 인간들과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숙소에선 남의연애2를 보려고 했으나 빔프로젝터 상태가 좋지 않아 포기하고 잠에 들었지.
잠은 2층 복층에서. 복층 천장이 터무니없게 낮지 않아서 좋았다. 적당히 앉거나 설 수 있는 정도.
아침으로 우동 밀키트를 끓였나..? 아무튼 커피도 내리고 야무지게 챙겨먹고 퇴실했다.
숙소 좋았다. 사장님 친절하시고. 위치 고즈넉하고, 바로 앞이 계곡이여서 물놀이하기도 좋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 불멍이 가장 좋았다.
다음날은 어디갈까 하다가 장릉으로 향한다.
영월장릉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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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릉도 산책하기 좋았다. 좋았는데 어쩐지 좀 외로워 보이는 장소다. 이미 더위에 쩔어 있어서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그 뒤엔 아침을 거하게 먹어 배가 고프진 않고, 기차 시간 전까지 쉬려는 목적으로 청록다방으로 향했다.
청록다방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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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동네 어르신들 모이시는 오래된 다방이다. 마침 1박 2일에 나왔었구나...
다방의 추억이나 정취를 누리기엔 아쉽게도 나는 그 세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클래식한 메뉴들을 먹어보는거지 뭐.
인상적이었던 육각형 성냥 상자. 이제는 실내 흡연이 안되니 기념품 정도로 사람들이 가져갈까.
아무튼 그렇게 여행을 마무리하고 다시 영월역으로 돌아왔다. 서울로 돌아가야지.
청량리역에서 오는 기차에서, 또 다시 청량리역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는 소설 '홍학의 자리'를 읽었다. 소설에 몰입하다가, 무궁화호의 큰 창으로 밖의 풍경이 펼쳐지만 가만히 감상하다가, 한적한 여행객들을 관찰하다가 또 소설을 읽다가... 그 시간들이 좀 즐거웠다. 기차에서 집중해서 책을 읽은 것은 오랜만이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청량리역에서 포장해온 다사리야 닭꼬치와 쏘맥. 훌륭한 마무리였다.